[김병윤의 줌인] '제2의 박항서' 정해성에 호찌민 들썩이다

김병윤 / 기사승인 : 2019-03-18 14: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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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위 팀 조련해 3연승…베트남 V리그 돌풍 주역
"취임 석달 만에 프로축구 단독선두…호찌민서 박항서와 동급 영웅"

베트남에 휘몰아치는 한국축구 열풍. 박항서 감독이 이끌어냈다. 그 전에 한국축구를 알린 감독이 있다. 최윤겸 감독이었다. 대전·강원·부산 감독을 역임했다. 베트남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프로팀 감독이었다. 호앙 안질라이 감독이었다. 베트남에서 성공은 못했다. 그래도 큰일을 했다. 한국축구의 뿌리를 알려줬다. 최윤겸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개척자라 할 수 있다. 

 

▲ 정해성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호찌민시티 FC]

최윤겸 감독의 뒤를 박항서 감독이 이어받았다. 2017년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박항서 감독은 취임 3개월 만에 23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축구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상상 못한 성적이었다. 베트남에 축구 열풍이 불었다. 박항서 감독의 인기도 하늘을 찔렀다.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좋은 기량을 갖췄다. 쯔엉, 콩 푸엉 등이 소속된 23세 이하 팀은 베트남 축구계가 정략적으로 키워냈다. 어린 나이에 축구 선진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영국 등 축구 선진국에서 10년 이상 기량을 쌓았다. 그들이 베트남 축구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스즈키 컵 우승. 아시안컵 8강 진출. 대단한 성적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이런 우수 선수들을 이끌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휘했다. 인정해야 한다. 혹자들은 말한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고. 일부 지도자들은 우스갯소리를 한다. 박항서 감독이 운이 좋다고. 맞을 수도 있다. 지도자와 팀은 궁합이 맞아야 된다. 


박항서 감독이 국내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 냈다. 경남·전남·상무 감독을 역임했다. 좋은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직장은 K리그가 아니었다.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이었다. 창원시청에서의 성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에서는 성공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여하튼 과거는 흘러갔다. 현실이 중요하다. 박항서 감독은 지도자의 꽃을 피우고 있다. 축하해줘야 한다. 걱정되는 것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영웅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계곡이 깊을수록 골도 깊다. 그것이 인생이다. 지도자의 숙명이다. 박항서 감독은 이런 인생의 진리를 깊이 새겼으면 한다. 앞으로도 베트남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한국축구와 자신의 영광을 위해.

 

▲ 2014년 7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올스타전' K리그 올스타팀과 박지성 올스타팀의 경기에서 박지성 팀 히딩크 감독(가운데), 박항서 당시 상주 상무 감독(왼쪽)과 정해성 당시 SPOTV+ 축구해설위원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박항서 감독이 승승장구할 때 조용히 베트남에 들어간 지도자가 있다. 정해성 감독이다. 이회택·허정무 감독 밑에서 기나긴 코치 생활을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대회 때 히딩크 감독 아래 코치로 있었다. 박항서 감독과 함께.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의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허정무 감독 사퇴 이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라 했다. 본인이 사양했다. 그리고는 전남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를 했다. 책임감이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잠시 현장을 떠나 축구행정에 관여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경기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장과 행정능력을 갖춘 정 감독을 베트남 프로팀이 영입했다. 2017년 호앙 안질라이의 기술총감독으로 취임했다. 1년의 적응을 거친 정 감독을 호찌민시티 FC 구단이 모셔갔다. 


2018년 정식 감독으로 데뷔했다. 3개월 동안 정해성 스타일의 훈련으로 팀을 바꿔놓았다. 그 결과가 나타났다.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V리그 단독 선두에 올랐다. 물론 3경기 밖에 안 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단한 성적이다. 국가대표 한 명도 없는 팀의 성적이라고 믿을 수 없다. 베트남 축구계도 깜짝 놀라고 있다. 호찌민시는 들떠 있다. V리그 최강 하노이 FC와 견줄 수 있다고. 정해성 감독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곧 호찌민시의 축구 영웅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V리그 돌풍의 주역 정해성 감독을 만나본다. 

 

▲ 호찌민시티 FC의 정해성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호찌민시티 FC]

-호찌민시티 FC에는 어떻게 부임하게 됐는가

 
"구단이 지난해 일본인 감독 미우라를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 구단주인 훙(HUNG) 회장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구단의 지향하는 목표가 나와 맞아서 팀을 맡기로 했다. 구단주가 1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팀 운영을 하고 싶다 했다. 당장 성적에는 신경을 쓰지 말라 했다. 구단에서 유벤투스 유소년 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구단주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 받았다. 호찌민시티 FC는 3부 리그 팀인 바리아 붕 타우도 소유하고 있다."

-호찌민시티 FC 팀 소개를 부탁한다


"2017년 2부에서 1부로 승격했다. V리그 1부는 14개 팀이다. 2017, 2018년 내리 12위를 했다. 간신히 플레이오프 턱걸이에서 벗어났다. 연간 50억 원에서 60억 원 정도 투자를 하고 있다. 베트남 여건에서는 막대한 금액이다. V리그 최강 팀인 하노이 FC 다음으로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대비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역대 감독이 외국인이라고 들었다


"2017년에는 프랑스 감독. 2018년에는 일본인 감독이 팀을 맡았다. 주변에서는 외국 감독의 무덤이라고 말한다. 화약을 들고 불 속에 뛰어든 기분이다.(웃음)"

-선수들은 어떻게 구성됐나


"그동안 유스 팀이 없어 베트남 각 지역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했다. 북쪽 하노이, 중부 다낭, 남부 호찌민에서 선수를 모았다. 한 마디로 다국적군이다. 평균 연령이 26~27세로 나이가 많은 편이다. 외국 선수는 브라질 2명, 칠레 1명에 베트남 국적의 브라질 선수 1명이 뛰고 있다. 베트남은 외국 선수 3명 보유 3명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베트남 국적은 국내 선수로 인정해 실질적으로 4명의 외국선수가 뛰고 있다. 외국선수 수준이 태국·말레이시아보다 떨어진다."

-팀 지원은 어떤가 


"지난 2년 전보다 지원이 줄었다. 전체적인 경제 사정과 연결된다고 보면 된다. 감독이 원하는 것은 적극 지원해 준다. 선수 구성은 팀을 맡기 전에 이미 끝낸 상태였다. 식단 보강이나 전지훈련 지원은 아쉬움 없이 해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식단도 부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

-현재 V리그 1위다. 구단과 팬들의 반응은


"팀 창단 후 1위와 3연승은 처음이다. 호찌민 시 관계자와 서포터·스폰서들 모두 흥분된 상태이다. 경기하는 날 서포터들이 깃발을 들고 구단 버스를 호송하고 있다. 시 관계자나 스폰서, 팬들이 하노이를 꼭 이겨달라고 주문한다. 하노이 전에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북돋우기 위해 승리 수당도 크게 건다고 한다. 하노이와 경기 때 시 관계자를 비롯해 대거 원정 응원을 가겠다고 알려왔다."

-팀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교통편이 열악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베트남의 도로 사정이 아주 안 좋다. 호앙 안질라이에 있을 때는 버스로 15시간씩 이동했다. 그것도 비포장도로를. 그래도 호찌민은 대도시라 조금 낳은 편이다. 비행기로 이동해 현지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어느 정도인가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대회. 스즈키 컵, 아시안 컵을 치루면서 국민들은 광란의 현장을 연출했다. 평균 관중이 1만 명 이상이다. 응원 열기도 대단하다. 이제 베트남에서는 축구가 국기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호찌민시티 FC는 홈 경기가 2번 있었다. 모두 1만2000명 이상 입장했다. 3연승 후 구단 버스가 지나가면 시민들이 환호한다. 선수들이 단체 식사를 할 때면 자리로 찾아와 격려를 하고 간다. 선수 개인에 대한 팬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축구 인프라 구성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경기장 시설은 열악하다. 14개 경기장 가운데 3곳만이 양잔디다. 나머지는 일명 떡잔디다. 잔디가 미끄러워 부상 위험이 많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구장에서 훈련과 경기를 함께 하니까 그라운드가 엉망이다. 편의 시설도 없다. 관중에 대한 팬 서비스도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70년대 중반, 80년대 초로 생각하면 된다. 한국도 초창기에는 그랬다. 한국의 40년 전 모습을 그려보면 된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정말 부럽다."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은


"기자들이 인터뷰할 때 묻는 말이 있다. 한국 지도자들이 무엇을 전달할 거냐고. 그만큼 한국 지도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겨울에 한국의 대학교와 고등학교가 전지훈련을 많이 오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올 것 같다. 단지 숙소는 좋지만, 잔디구장이 부족하고 운동장 시설이 안 좋다. 베트남 축구 관계자들도 이런 점을 아쉬워 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팀들이 와서 좋은 기량을 선보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베트남 축구 발전 전망은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태국, 말레이시아를 경쟁상대로 삼고 있다. 두 팀을 이기려고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23세 이하 선수들과 올해 선수들은 전력의 차이가 크다.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팀과 23세 이하 팀이 고루 발전해야 한다. 이런 점을 잘 극복해야만 베트남 축구 발전의 연속성이 가능하다."

-V리그 운영과 승강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V리그는 우선 심판들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스케줄의 정확성과 신속성도 필요하다. 승강제는 1부 리그 14개 팀 가운데 꼴찌 팀이 자동 탈락된다. 2부 리그 1위 팀이 자동 승격된다. 1부리그 13위 팀과 2부 리그 2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격과 탈락 여부를 결정 짓는다. V리그 발전의 큰 저해요소가 있다. V리그 최강 팀 하노이 FC 구단주가 무려 1부 리그
5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점이 리그 운영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팀끼리 라이벌 의식도 있는가


"더비와 라이벌 의식을 가진 팀들이 있다. 호찌민 더비가 있다. 사이공 FC와 호찌민시티 FC의 경기이다. 사이공 FC와 하노이 FC의 구단주가 같은 사람이다. 라이벌 의식은 호찌민시티 FC와 하노이 FC의 경기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은 호찌민 FC의 경기력이 떨어져 큰 관심을 못 끌었다. 올해는 멋진 경기를 해보려 한다. 호찌민 시민들도 하노이 FC를 이겨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어렵게 현장에 복귀했다. 비록 한국이 아닌 베트남이지만 만족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4위 안에 드는 것이다. 그 정도 성적만 내면 현재 전력으로 봐서 최고의 성적일 것이다. 일단 베트남에서 성공한 감독이 될 것이다. 이제야 축구가 무엇인지 보이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프로팀을 다시 한 번 맡았으면 한다. 밤새 고민하고 노력해서 나만의 축구를 만들고 싶다. 많은 성원 바란다."

 

U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upin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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